CBD에 매각하는 자산이 시장에 나오면 항상 이어지는 이슈가 도심권역의 향후 오피스 공급입니다. 아무래도 서울의 3대 업무 권역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재개발이나 재건축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래 ‘CBD 오피스 빌딩 공급 예정 현황’은 CBD 권역 내에서 진행 중인 개발 프로젝트 리스트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리한 내용이라 누락된 항목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2025년 6월 기준으로 약 30개에 가까운 재건축 및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오피스 빌딩 과공급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최근 CBD에 있는 SK와 DL그 같은 대기업들이 비용 절감 목적으로 다른 권역으로 이전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습니다. 대형 자산들이 준공하게 되면 앵커 테넌트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CBD 오피스 빌딩 공급 예정 현황]

링크를 클릭하면 노션으로 연결됩니다.

CBD 권역 내에서 진행 중인 개발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2026년부터 2030년 사이에 공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대개 펀드나 리츠 형태로 자산을 매입하는데, 일반적으로 투자 기간은 5년 정도로 설정됩니다.

따라서 매입 후 운영을 거쳐 매각해야 하는 시점에 인근에 경쟁 자산이 공급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향후 몇 년간의 공급 추이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자산관리회사나 부동산 자문회사들이 예측한 CBD의 예상 공급량은 약 400만 제곱미터, 평으로 환산하면 약 121만 평에 달합니다. 참고로 여의도 IFC 오피스 빌딩 3개 동의 총 면적은 약 10만 평, 파크원 타워 1은 약 5만 평, 타워 2는 약 2만 평이라는 점에서 121만 평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IFC도 초기에 공급될 당시 여의도 권역에 대한 공실 우려가 컸고, 실제로 임대가 진행되어 안정화되기까지 대략 10년이 걸렸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시장에 공급되는 것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CBD 자산 가운데는 투자 만기 도래로 인해 매각을 진행하는 곳들도 있지만, 향후 과공급이 되어 자산 매각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전에 매각을 마무리하려는 의도를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자산을 개발 중인 시행사나 디벨로퍼의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논의되는 CBD의 과공급이 어디까지나 '예상치'일 뿐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합니다. 건축 공사비의 상승, 인허가 문제로 인한 지연,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실질적인 공급량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한 현재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일부 프로젝트는 외부 임차인을 위한 오피스가 아니라 자체 사옥 용도이므로, 실질적으로 임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JB금융그룹(서소문구역 제10지구)과 삼성생명(서울역서대문 1, 2구역 제1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은 사옥 용도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공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간 내에 완료되는 프로젝트는 수요가 정해진 사옥이며, 예상 공급 시기도 최근의 시장 상황이나 개발 여건 상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요 요지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예정된 공급 중 가장 빠르게 시장에 나오는 자산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개발 사업의 지연은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임대 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 대한 전략이 중요합니다.

CBD 권역에서 가장 빠르게 공급이 예정된 공평 15·16지구는 향후 도심 오피스 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현재 ‘G1 Seoul’이라는 이름으로 선매각과 임대차 마케팅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라 다른 자산들에 대한 시장 기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 신규 공급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개념인 'Flight to Quality'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산업 전반이 침체되어 있고, 오피스 빌딩의 대형 면적을 사용할 수 있는 대기업들조차 비용 절감을 이유로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자산의 매력 요소로 Flight to Quality를 강조하기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개발되는 프로젝트는 복합개발 형태가 많고, 공급 면적도 큰 경우가 많아 한 번에 시장에 나올 경우 그 여파가 더 클 수 있습니다. 이는 신규 자산이 임대 안정화에 도달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규모 공급이 한꺼번에 이뤄질 경우, 디벨로퍼와 시행사는 초기 투자 제안 시 제시했던 임대율이나 기준 임대료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아, 이를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공사비 지원금이나 무상 임대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성보다 임대율 확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기존 권역에서 임차인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아지며, 이 경우 임차인들은 성장보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이전하는 상황이라 더 낮은 임대료를 요구하거나 신용도 하락 등의 리스크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빌딩에 대형 공실이 발생하고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대규모 공급이 이뤄진 마곡지구의 사례를 통해 CBD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대형 공급이 몰리면 시장은 임차인 우위로 변하며, 공급자는 제한된 수요자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조건을 내걸게 됩니다.

마곡으로 이전한 기업들은 이를 통해 비용 절감과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이라는 이점을 누릴 수 있었고, 조직 통합이나 구조조정 수단으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임대 기준가가 당초 예상보다 낮아졌지만 공실 해소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도심권역의 과공급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공급 시점에 시장 상황이 개선되어 예상보다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고, 과공급 우려를 상쇄할 만한 수요자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CBD는 다른 업무 권역보다 노후도가 높아 도심 재생이나 환경 개선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요소도 많습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수요와 공급의 움직임에 따라 적정한 균형을 찾게 되므로, 현재의 과공급 논란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자산의 공급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거래 가능한 자산의 수를 늘림으로써 시장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https://www.minsungsi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