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이든 주거용 부동산이든, 매매나 임대에서는 종종 “부동산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합니다. 매각이 순조로울 것 같던 거래가 무산되기도 하고, 반대로 여러 차례 시도에도 성사되지 않던 매매가 적정한 시기가 오면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마무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호텔 자산이 이 말에 정확히 들어맞고 있습니다.

2024년까지만 해도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호텔들이 매각에 실패하면서 철회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호텔 자산을 바라보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호텔은 비즈니스 호텔이 많습니다. 꾸준한 수요를 기반으로 객실 가동률에 따라 수익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상업용 부동산 투자 상품의 주요 자산군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K-컬처의 전 세계적 유행과 해외 관광객 유입 회복으로 인해, 매각에 실패했던 호텔 자산들이 다시 거래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했던 신라스테이 서대문은 몇 차례 매각에 실패했지만 최근 KB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또한 KT&G 보유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은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리츠운용을 우협으로 낙점했으며, 포포인츠 조선 명동은 퍼시픽투자운용이 우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신축 호텔 공급이 드물다 보니 오피스 빌딩을 호텔로 전환(Conversion)하거나 밸류애드를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그래비티자산운용이 인수한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은 IHG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보코(Voco)’로 리포지셔닝 중입니다.

또한, 아벤트리호텔 종로를 제이알투자운용으로부터 매입한 호텔 운영사 더프리마는 리모델링을 통해 ‘더프리마호텔 종로’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외에도 블룩코브자산운용은 역삼동 SM그룹 사옥을 매입해 호텔로 용도 전환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잘 팔리는 호텔도 있지만, 지방 호텔은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각 절차가 진행되었으나 거래가 무산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 미래에셋자산운용 신라스테이 동탄

• 이지스자산운용 신라스테이 해운대 및 신라스테이 제주

• KB부동산신탁 부산 마티에 오시리아 호텔

• 이스턴투자개발 부산 해운대 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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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하나자산신탁의 여수 벨메르호텔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성공적으로 매각된 사례가 있습니다. 여수 지역은 여행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경쟁력 있는 호텔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매수자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 호텔들이 매각에 실패한 이유는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대체로 부산·제주 등 전통 관광지의 매력이 과거에 비해 다소 약화되었고, 입지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공통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호텔 투자는 상업용 부동산의 대표 자산군인 오피스 빌딩과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호텔이라는 특수한 용도 특성상 운영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호텔 운영자가 단독 임차인으로서 마스터리스(Master Lease) 계약을 체결하고, 직접 운영을 맡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또한 호텔에는 운영에 필요한 가구, 비품, 장비 등이 반드시 포함됩니다. 이를 FF&E(Furniture, Fixtures & Equipment) 라고 하며, 건물 구조물에 영구적으로 부착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교체·이동이 가능한 자산을 의미합니다. 호텔 운영이 장기화되면 FF&E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하며, 이에 따른 추가 투자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비용 분담은 임대차계약 시 임대인과 임차인 간 합의사항으로 포함됩니다.

임대료 구조 역시 일반 오피스와 달리 매출 연동형 임대료(Percentage Rent) 가 많습니다. 호텔 운영이 호조를 보이면 임대료가 증가하는 구조이며, 반대로 운영이 부진하면 임대료가 줄어드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이에 대비해 계약서에는 최소보장임대료(Minimum Guaranteed Rent) 조항을 두어, 운영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임대수익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최근 분위기로 보아 당분간 호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해외 관광객 유입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한국 문화와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관심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재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경험을 통해 대응 방법이 축적된 만큼, 과거와 같은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점에서 투자자들이 다시 호텔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규 개발사업은 제한적이고, 전통적 투자 자산인 오피스 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호텔은 향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투자 테마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