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코자산신탁이 운영 중인 3개 상장리츠의 통합 자산관리(Consolidated Product Management, CPM)를 담당할 컨설팅사로 세빌스코리아가 선정되었습니다. 이번 계약은 5년간 진행되는 장기 통합관리 계약으로, 부동산을 하나의 투자 상품으로 보고 전 과정에 걸쳐 종합적인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자 한 코람코의 전략적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자산관리회사(PM: Property Management)들은 상업용 부동산의 생애주기에서 임대, 자산관리, 매입·매각을 각각 구분하여 수행하는 구조였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빌딩이라도 임대 컨설팅사와 자산관리회사, 매입·매각 자문사가 서로 다른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코람코의 시도는 이러한 기능을 하나의 회사에 일괄 위임함으로써, 상장리츠에 포함된 자산의 밸류애드(Value-add) 전략, 매각 방안, 신규 자산 편입을 위한 딜소싱(Deal Sourcing) 등 부동산 전반에 걸친 제안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도록 한 것입니다.

코람코자산신탁의 통합 컨설팅사 선정은 업계 최초의 시도로, 분명 장단점이 공존합니다. 통합관리의 가장 큰 장점은 부동산 투자상품 운용 시 필요한 아웃소싱 업무(임대, 자산관리, 매입·매각)에 대한 별도의 선정 절차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업무를 개별적으로 관리할 경우 시간과 리소스가 많이 소요되는데, 통합관리 체계를 통해 펀드나 리츠 담당자의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산관리회사의 관점에서도 상장리츠가 보유한 대규모 자산을 한꺼번에 수주할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큽니다. 임대, 자산관리, 매입·매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소통과 업무 프로세스의 일관성이 높아지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합컨설팅은 개념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분명 매력적인 시도입니다. 그러나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통합을 통해 실질적인 시너지와 수익 배분의 균형이 가능할지가 핵심 포인트가 됩니다.

이번 계약의 구체적인 수수료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합 수수료 체계가 얼마나 적정하고 매력적인 수준인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만약 실적 확보나 트랙레코드 강화를 위해 자산관리회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저가 수주 전략을 택했다면, 성공 가능성은 낮을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미 입증된 바와 같이, 낮은 PM 수수료로 수주한 자산은 그에 맞는 주니어급 인력 투입으로 인해 관리 품질이 저하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발주처가 기대하는 수준의 관리나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따라서 이번 통합관리의 주된 목적이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인력 축소에 있다면, 오히려 임대·자산관리·매입매각을 분리 발주하여 각 분야별 경쟁력 있는 회사를 선별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통합컨설팅의 역할은 코람코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분석·제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투자·운용·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컨설팅사에도 합리적으로 배분되어야, 담당 회사와 실무자 모두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AM(자산운용사)의 인력은 높은 수준의 급여와 인센티브를 받습니다. 그러나 통합컨설팅은 AM이 수행하는 업무의 일부를 포괄하면서도, 실무 인력의 보상 구조가 기존과 동일하다면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받는” 구조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각차익의 일정 비율을 컨설팅사에 배분하거나, 중간 단계에서 제공하는 전략 컨설팅과 자문에 대한 실비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통합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단순한 자산관리 수수료를 넘어서는 수준이어야, 이 모델이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합 서비스는 잘못 설계될 경우, 한쪽에 과도한 책임과 의무가 집중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시너지를 내는 상생형 구조가 사전에 설계되어야 하며, 담당 인력 간의 긴밀한 협업 체계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통합 서비스가 정착하려면, 무엇보다도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수적입니다. 부동산 자산의 임대, 관리, 매입·매각, 딜소싱을 모두 이해하는 인력이 있어야 진정한 통합관리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은 결국 ‘사람의 일’이기에, 이를 총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관리자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부적으로도 부서 간 협업을 유도하면서, 성과 평가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코람코의 이번 통합 컨설팅 발주는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업무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단순히 개별 기능의 수행을 넘어,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 모델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시도가 성공적인 선례가 되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한 단계 도약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