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시간이 흐르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많아졌고 투자 방식이나 금융 구조들도 이제는 누구나 자금만 있다면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일반화되었습니다.
모든 시장이 그렇지만 초기에 시장을 개척했던 방식들을 카피해서 똑같은 모델로 시장을 진입하게 되고 경쟁이 심화되면 앞선 선두 기업들 몇몇만 살아남거나 전문성을 가지고 특화된 곳들만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됩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이제는 다른 경쟁자들이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하는 회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거대한 자본력을 확보하고 있거나 탄탄한 트랙레코드가 없다면 살아남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전략과 전문성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는 새로운 투자 시장으로 변환되는 변곡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뉴스 가운데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전략을 활용하여 거래를 완결한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투자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한 번 생각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경쟁력을 갖춘 구분 소유 물건
한라리츠운용은 KB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센터플레이스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클로징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센터플레이스는 오피스와 리테일의 소유권이 나눠진 구분 소유 빌딩입니다. 이번에 매입하는 것은 오피스 부분에 해당하는 공간을 매입하는 것입니다. 보통, 구분 소유 자산의 경우 운영 관리에 대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소유권 행사에 대한 제약이 있어 난이도가 있는 투자에 속하는 자산 유형입니다.
한라리츠운용은 이미 구분 소유 자산인 잠실 시그마 타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다 매각한 경험이 있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경쟁이 덜한 틈을 타서 적정한 가격에 매입함으로써 새로운 투자 자산을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센터플레이스는 구분 소유 자산이지만 을지로입구와 근접하고 있는 워낙 훌륭한 입지의 자산이기 때문에 향후 NOC 상승이나 임차인 변경을 통한 밸류애드 등을 통해 자산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용도 변환을 통한 밸류애드
GRE파트너스자산운용은 왕십리에 있는 서울숲 더샵의 엔터식스가 입점해 있는 상업시설을 인수하였습니다. 매입 이후 이 공간을 오피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으로 GS녹십자를 앵커 테넌트로 유치하여 밸류애드를 한다는 전략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하고 있는 신도림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도 백화점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이 공간을 오피스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신도림역의 입지상 오피스로 변환해도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GRE파트너스자산운용은 광화문에 있는 뉴국제호텔을 인수하여 이를 오피스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용도 변경을 통해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매각이 완료된 화이자빌딩 사옥도 매입 후에 저층부 리테일을 증축하기도 했습니다.
입지적 약점을 전략적으로 극복하는 방법
한샘 상암사옥은 그동안 매각을 진행했었지만 제대로 완결되지 못했습니다. 올해 다시 매각을 진행하면 그래비티자산운용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고 펀드 투자자로는 하인즈가 참여를 하였습니다.
상암 지역은 입지적 특성상 다른 업무 권역과는 다소 단절이 되어 있다 보니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자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략적인 임차인을 찾거나 특정한 금융 구조를 갖춰 매입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번 거래의 특징은 한샘이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 하는 형태로 거래의 안정성을 높여 마무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샘이 임차인의 지위로 세일즈앤드리스백을 하고 투자자로도 참여하면서 투자의 위험을 줄인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자인 하인즈는 매입 후에 자산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실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인즈는 서대문에 있는 웨스트게이트 타워를 인수하여 로비와 저층부 주요 시설을 개선하는 작업을 통해 자산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실행하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자산운용사들이나 투자자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잘 하지 않거나 난이도가 있는 자산에 변화를 주어 이를 통해 자산가치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딜을 성사시킨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공포에 빠져있을 때 회복되는 시점이 온다는 믿음으로 과감하게 결단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시켰고 때마침 금리 인하라는 시기와 겹치면서 거래들이 잘 마무리 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10년 사이에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부동산자산운용사, 부동산투자회사들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신생 회사들은 이름까지 외우기 어렵고 또 비슷한 이름을 가진 수많은 투자 회사들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해서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 상품을 만드는 게 비교적 손쉬웠다고 생각될 정도로 최근에는 그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점점 더 쉽지 않아지고 있습니다.
무한 경쟁의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부동산의 섹터, 자산 가치 향상, 운영과 관리 등 다양한 영역 가운데 어떤 것을 잘하는 회사라는 특화점을 가진 곳들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 일을 하려면 실무자들도 이제는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업계에 살아남아 전문가가 되는 일도 더 많은 노력과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업에 계신 분들도 더 많은 시간을 자기 계발에 투자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