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업계는 보통 자산의 금융적인 측면의 투자와 관리를 하는 AM(Asset Management), 부동산의 실질적인 운영과 임대 관리를 하는 PM(Property Management) 그리고 시설관리 업무를 하는 FM(Facility Management) 등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각자 전문화된 업무를 하면서 고유한 영역이 어느 정도 나누어져서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이런 영역에 대한 구분들이 하나씩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매출을 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에 감돌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능력과 기회가 된다면 영역에 관계없이 신규 사업화하고 있는 게 현재 업계의 모습입니다.

최근 CBRE는 투자자문사를 설립하였는데, 단순히 부동산 투자 자문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고 자금 조달이나 대출 등의 업무까지도 관장하는 팀을 출범하였습니다. 보통 이런 영역은 자금 중개를 하는 증권사들이 주로 역할을 했었지만, 이제는 부동산 자문사들도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CBRE 투자자문회사에서는 회사 대표로 증권사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CBRE뿐만 아니라 이런 변화의 추세에 맞춰 최근 경쟁사들도 투자자문팀의 역할을 확장하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종종 이런 금융 관련 자금 주선 업무를 했던 자문 회사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얼마 전 대형 회계법인의 대표적인 곳인 딜로이트에서는 부동산 부문을 확장하여 임대차 자문을 할 수 있는 팀을 새롭게 꾸려 출범을 하였습니다. 종전의 KPMG나 딜로이트 같은 회계법인에서도 부동산 관련 매입매각자문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차까지 영역을 넓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회계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외부감사 대상 법인의 고객사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다른 자문사들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강남에 쏟아져 나온 매각 자산들의 입찰 결과는 침체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NC타워 입찰 후 시장에서 강남 권역 자산 중에서 관심을 받았던 N타워가 입찰을 하지 않고 빗썸과 수의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빌딩 투자는 당분간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도심권역은 앞으로 공급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선매입 거래나 자산 매각이 원활하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DWS자산운용의 크레센도는 우선협상대상자를 한번 변경하기도 했고, 수차례 선매입자가 바뀐 을지파이낸스센터, 매각을 진행하려다 철회한 퍼시픽타워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KB자산운용이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KDB생명타워는 CJ올리브영이라는 강력한 실수요자가 있어 매각에 흥행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관광시장의 회복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CJ올리브영이기도 하고 신용도가 높은 SI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자산의 매각 가격에 있어서도 물리적인 상태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강남의 NC타워와 N타워를 최근 입찰을 진행한 삼성동빌딩과 비교해 보면 크 결과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건물의 스펙이나 물리적인 상태 그리고 시인성 등에 따라 평 단가에서 1,000만 원까지 격차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사비 상승으로 밸류애드를 해서 가격을 높이는 전략이 이제는 더 이상 시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전략이 돼버렸습니다. 그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매도자가 생각하는 가격과 실행하는 사람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 맞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입찰에 나왔다가 매각을 철회한 서울파이낸스센터와 클로징을 준비하고 있는 남산스퀘어의 전략이 어떤 점에서 다른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남산스퀘어는 도심권역에서는 큰 토지 면적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용적률이 남아 있어 밸류애드 이후에 가격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매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건물을 리모델링을 하는 것만으로는 밸류애드도 쉽지 않은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가 있으면 항상 기회도 따라오는 법인데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전통적인 투자 방법이 아닌 새로운 섹터를 발굴하거나 기존의 방식을 혁신하거나 개선하는 방향으로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몇 년 동안 시장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면서 과열된 시기를 지났으니 이제부터는 시간을 두고 근간을 다지는 시기라고 생각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큰 성장을 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이 불황의 시기를 견뎌나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