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흔히 AM, PM, FM 등의 영역으로 나뉩니다. 이러한 구분은 각 영역별로 담당하고 있는 업무나 역할이 뚜렷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AM은 Asset Management로, 주로 부동산 투자 상품을 기획하는 금융 측면의 자산관리를 의미합니다. PM은 Property Management로, 부동산 실물을 관리하는 관점에서의 자산관리이며, FM은 Facility Management로 부동산의 시설과 서비스 영역을 관장하는 분야로 나뉘곤 합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문 투자회사들이 등장하면서, 이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자산관리회사들이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업무 영역이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몇 뉴스들을 보면, 이러한 부동산 업무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 그 원인을 간략히 분석해보겠습니다.

최근 들어 PM사들이 부동산 펀드나 리츠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지만, 투자 금액이 적거나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대형 자산을 매입하는 프로젝트에까지 그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PM사뿐 아니라 FM 회사나 주차관리 회사들도 보통주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금리 상승과 투자자금 모집의 어려움이 맞물리며 본격화되었습니다. 투자회사들이 금융구조화를 진행하면서 보통주 모집이 거래 성사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이에 따라 자금 투자가 가능한 PM, FM 회사들에게 보통주 투자를 제안하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자산관리 업무 수주를 조건으로 투자에도 참여하면서, 관리자이자 투자자로서의 이중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2025년 초, 여러 부동산 자산관리회사들이 투자자문사 설립에 나섰습니다. 특히 외국계 기업 중에서는 쿠시먼, JLL, CBRE 등이 투자자문업 등록을 통해 별도 법인을 설립하였습니다.

자산관리회사의 매입·매각 부서가 직접 투자자문업을 영위하려는 것은 법적 요건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는 실물 부동산을 매각하는 에셋딜(Asset Deal)이 아닌, 수익증권을 거래하는 셰어딜(Share Deal)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익증권을 거래하려면 금융당국의 등록 요건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투자자문업 등록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등록 이후 실제 수행하려는 업무 범위를 보면, 단순한 자문을 넘어 부동산 개발, 투자, 자산 거래 전반에 걸친 금융 서비스를 포괄하고 있어 기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수행해오던 금융주선 업무와 그 영역이 겹치게 됩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부동산 사업시행자들에게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로, 대형 개발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한 회사입니다. 이들은 이러한 경험을 활용해 상업시설 상품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부동산 개발 노하우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과거 상업시설 컨설팅은 주로 자산관리회사 내 전담 부서나 전문 컨설팅 회사의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개발이나 밸류애드에 특화된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인력을 보유하게 되면서, 컨설팅 수행 능력도 함께 갖추게 되었고, 이를 상품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산운용사의 신규 개발 부서들이 시장 침체로 인해 기존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자, 부수적 업무로 컨설팅을 추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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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자의 고유 역할을 지켜오던 회사들의 업무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시장 환경 악화로 기존 사업 구조의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본업에만 충실해서는 낮아진 시장 단가를 극복하거나, 불황 속에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상품을 내놓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부가 수익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타 업무 영역을 넘나들게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부동산 산업의 성숙과 함께 전문 인력이 늘어난 데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을 여러 번 경험한 전문가들이 많아지면서, 투자 및 운영 사이클에서 어떤 부분을 효율화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또한, 영역 간 이동이 잦아지면서 업무 노하우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영업·마케팅의 차별성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서비스 품질보다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는 발주자와, 수주를 원하는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단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한 번 낮아진 단가는 다시 올리기 어려우며, 경쟁사들도 유사한 상황이기 때문에 품질 경쟁보다는 생존을 위한 저가 수주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수익성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업무 경계를 허무는 흐름이 불가피해지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자산 수가 한정적이지만, 투자회사 수는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2019년 1월, 설립 자본금 10억 원에 전문 인력 3명만 있으면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서, 운용사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부동산 투자 상품의 공급보다 전문 투자자 수가 많아지면서, 동일한 자산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 시장마저 침체되면서, 과도한 경쟁을 통해서라도 투자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이 커졌고, 그 결과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수수료는 낮아졌습니다. 결국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자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타 영역에 진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각 부동산 회사 입장에서도 핵심 업무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다른 수단으로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역량과 자원이 있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컨설팅이나 자문 업무는 정보와 네트워크만 갖추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외주로 처리하던 업무도, 불황기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수행하게 되면서 이러한 경계 허물기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한번 허물어진 경계는 되돌리기 어려우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결국, 최근의 변화는 상업용 부동산 회사들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