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천시 부발읍 수정리에 위치한 대형 물류센터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화재 사고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업계는 긴장하고 있으며, 투자사와 운영사들은 화재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회사가 공중분해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2008년,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투자한 서이천 물류센터에서 용접 작업 도중 화재가 발생했고, 사망자까지 나오는 큰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이 센터의 자산관리를 맡고 있던 ‘샘스’라는 회사는 관리 책임을 지고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샘스는 삼성생명의 자회사에서 분리되어 국내 대표 부동산 자산관리회사로 꼽히던 우량 기업이었지만, 단 한 번의 사고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화재 발생이 잦아지면서 관련 법규는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과거에 지어진 낡은 물류창고들은 화재에 취약한 자재로 지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샌드위치 패널은 시공이 쉽고 비용 효율적이어서 널리 사용되었지만,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물류센터는 물품이 층층이 적재되어 있고, 종이박스나 포장재 같은 가연성 자재가 많아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소화설비만으로는 진압이 어렵습니다.

운영 환경 역시 위험 요인입니다. 물류센터는 대부분 외곽에 위치해 있으며, 근무 시간도 길고, 각 화주 회사의 운영 방식이 달라 통합적인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용직 근로자가 다수를 차지해 안전관리나 감독이 원활하지 않아 부주의로 인한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근로자들이 근무 환경에 익숙하지 않거나, 넓은 창고 내부에서 탈출 방향을 인지하지 못해 대피가 어렵고, 적재물로 인해 탈출로가 막히는 등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물류센터 화재는 대부분 ‘전손’ 처리될 정도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보다 내부에 보관된 제품들의 손실이 더 크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는 물론, 손해배상 리스크와 신용도 하락이라는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로 인해 물류센터의 보험료는 점점 올라가고 있으며, 이는 운영 수익률 하락으로 직결됩니다. 증가한 비용은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고, 결국 임차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또한 자산관리회사 중 일부는 물류센터의 운영 관리를 기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특정 몇몇 회사에 물류센터 자산관리 수주가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 역시 추가 보험 가입이나 법적 리스크 해지를 위한 간접비용이 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관리 비용 증가로 인해, 한때 투자 매력 자산이던 물류센터의 이점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물류센터를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하게 되었고, 심사 기준도 강화되면서 투자 자금 유입에 제약이 생기고 있습니다.

잦은 사고와 그에 따른 피해 규모 증가로 가장 먼저 변화한 것은 법 제도였습니다. 특히,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 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유해 및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제거하거나 통제해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부동산 회사들은 내부에 안전보건관리 전담 부서를 신설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물류센터 건축 시 적용되는 화재안전성능 기준도 대폭 강화되었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 지능형 CCTV와 화재 예방 시스템도 도입되어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자와 사용자의 인식 개선입니다. 정기 점검, 소방 훈련 등 실질적인 예방 활동을 통해 안전 의식을 높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물류센터 외에도 화재 발생 위험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 유형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리테일 자산, 특히 음식점이 입점한 상가 건물은 화재 위험이 높은 편입니다.

기름을 사용하는 조리 과정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후드나 배기 덕트에 기름이 쌓이면서 불이 붙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한, 창고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공간을 임의로 사용하는 등의 행위도 화재 위험을 키웁니다.

오피스 빌딩에서도 인테리어 공사 중 용접, 절단 작업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좁은 실내에서 다양한 공정이 병행되며, 빠른 작업 완료를 위해 안전수칙을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프링클러 설치 또는 이설 작업 중 소화용수를 제거하는 시점에 화재가 발생하면 초기 진압이 어려워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건물 관리자들도 순찰과 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물류센터 화재의 원인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한때는 짧은 개발 기간과 높은 수익률로 각광받던 자산 유형이 이제는 투자 검토조차 조심스러운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 금융 환경 악화나 일시적 과공급으로 인한 수요 예측 실패도 영향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자산 관리 측면의 리스크를 줄이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 물류센터에 투자하려는 잠재 투자자들은 자산 실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위험 대비 수익률을 고려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것입니다.

다행히 온라인 쇼핑과 이커머스 산업의 성장세는 물류센터 수요를 견인하고 있으며, 최근 공급되는 물류센터는 대형화되고 첨단 설비와 강화된 안전기준을 반영해 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쌓이면, 시장에서 물류센터를 바라보는 인식도 다시 긍정적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물류센터가 상업용 부동산의 한 축으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