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 이직 시즌은 보통 인사 발령이 완료되는 연말·연초나 결산이 끝나는 3월 무렵에 많이 찾아옵니다. 조직 이동과 성과에 따라 자리를 옮기는 시기인 셈이죠. 상업용 부동산 업계는 이직이 자유로운 편이라 특별히 정해진 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정한 패턴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업계 자체가 침체되면서 채용 공고가 거의 없었습니다. 신규 채용보다는 알게 모르게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들이 더 많았고,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정말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없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구인 공고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채용 공고가 자주 올라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채용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보통 여름은 이직이 활발하지 않은 비수기인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시장 상황과 연결해 살펴보겠습니다.

부동산 시장 사이클 저점을 지났다는 시그널

채용 공고가 많아졌다는 것은 곧 일거리가 많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 특성상 프로젝트가 없는 상태에서 인력을 보유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몇 년간 신규 채용이 거의 없었고, 저금리 시절 활황기에 유입되었던 인력들도 조정 과정을 거쳤습니다.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채용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특히 막혀 있던 PF 투자 시장이 금리 안정화와 함께 다시 열리면서 개발 프로젝트가 하나둘씩 늘어나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또한 코로나로 타격을 입었던 호텔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면서 이제는 공급 부족 현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팬데믹 시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호텔이, K-컬처의 위상 상승과 함께 다시 각광을 받으며 투자와 운영 관련 인력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전세 사기 등 사회적 사건과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임대주택 관심 증가로 임대주택 분야 투자가 활발해진 점도 업계 반등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브로커리지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

최근 채용 공고가 많이 올라오는 곳은 운용사뿐 아니라 자산관리회사(PM사)입니다. 특히 임대차팀, 매입·매각팀, 캐피탈마켓 팀에서의 채용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공고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로 임대팀으로 이직하는 현직자들의 소식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산관리회사들이 향후 핵심 먹거리가 될 브로커리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뉴스에서 종종 다뤄지는 도심권역 오피스 빌딩 과공급 이슈를 보면, 시기의 문제일 뿐 대형 자산이 시장에 속속 나올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형 공급은 자연스럽게 임차인 이동을 촉발시킵니다. 임차인 이전을 컨설팅하면서 브로커리지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형 임차인을 이전시킬 경우 계약 조건에 따라 2~3개월치 임대료 수준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우량 임차인이라면 수억 원 규모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최근 마곡의 대형 프로젝트 준공 사례에서도 대형 임차인들의 이전·매각이 브로커리지 시장의 기회로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산관리회사 입장에서는 인당 수익성이 높은 브로커리지 섹터에 인력을 집중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더 나은 선택인 셈입니다.

신규 조직 셋업 증가

기존 사업을 확장하며 신규 조직을 세우는 회사들이 늘어난 것도 채용 증가의 배경입니다. FM(시설관리) 회사에서 PM(자산관리) 회사로 확장하며 업계 인력을 공격적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산운용사나 리츠 투자 오피스 빌딩에 보통주로 참여하는 경우가 주로 자산관리회사였지만, 최근에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FM사도 투자자로 나서며 종합부동산 회사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또한 일부 회계법인은 기존의 매입·매각 자문이나 컨설팅 업무에서 임대차 세일즈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감사·컨설팅 과정에서 쌓은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을 전개할 수 있으며, 특히 사무실 임대차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회계팀의 권한이 큰 만큼 이를 타깃으로 삼아 신규 매출원을 만들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프로젝트 리츠 제도가 도입되면서 개발부터 운영까지 리츠가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PFV 중심 개발에서 프로젝트 리츠를 통한 개발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리츠 회사들의 조직 정비와 인력 채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호텔·임대주택·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섹터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외국계 회사들의 국내 진출이 늘고 있어, 관련 채용 수요도 적지 않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한동안 침체돼 있던 상업용 부동산 업계도 새로운 채용이 늘어나며 점점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특히 신입 채용이 거의 없었던 시기를 고려하면,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취업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이직과 이동 소식도 많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직하거나 새롭게 취업하시는 분들 모두 원하는 직무를 잘 찾으시길 바라며,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또한 각자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반드시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