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사무실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초기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매달 임대료와 관리비를 납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보증금도 필요하고, 사무실을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비용까지 발생합니다. 게다가 계약 기간도 보통 1년 이상 장기로 체결해야 해 초기 고정비용이 크게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오피스 임대차 시장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공유경제’라는 합리적인 콘셉트로 등장한 것이 바로 공유 오피스 회사입니다. 해외에서 먼저 시작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고, 2010년 WeWork가 설립된 이후 전 세계로 급속도로 확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16년 8월, WeWork가 강남역 인근에 처음으로 진출했습니다. 공유 오피스 업계는 그 이후로 급격히 성장을 했지만 기대했던 방향으로 가지는 했습니다.

2023년 WeWork 본사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공유 오피스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업종 신뢰도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 국내 1위 사업자인 패스트파이브는 한때 상장을 준비했었지만 철회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최근 국내 토종 브랜드로 공유 오피스 시장을 이끌고 있는 스파크플러스도 당분간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이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의 성장과 변화를 위해 어떤 사업들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유 오피스 회사들이 국내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에는 대형 공실을 해소해 주는 ‘앵커 테넌트’ 역할을 했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공실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 오피스 사업자와의 계약이 유리했고, 그 덕분에 공유 오피스 업체들은 임대차 계약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했습니다.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임대료를 대폭 할인받을 수 있었고, 인테리어 지원금까지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장기 공실로 가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었고, 공유 오피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기에 낮은 임대료 수준임에도 연체 가능성이 크지 않아 곳곳에 유행처럼 공유 오피스 지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WeWork를 필두로 패스트파이브, 후발주자인 스파크플러스까지 가세하면서 공유 오피스 시장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이 국내에 진출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나면서, 초기에 출점했던 지점들의 임대차계약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장기 계약으로 확정된 낮은 임대료 덕분에 전대차 마진으로 수익을 내왔지만, 시장 공실이 해소되고 임대료도 정상화되면서 재계약 시점에 임대료와 관리비 인상률이 크게 높아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재계약을 할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 지점도 생겨, 유지할지 폐점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폐업을 하게 되면 지점 축소로 인해 공유 오피스의 강점인 네트워크 효과가 약해지고, 원상복구 비용까지 발생하므로 부담이 큽니다. 그렇다고 손실이 발생하는 지점을 계속 유지하는 것 또한 사업적으로 올바른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은 인테리어를 먼저 투자해야 공간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점이 늘어날수록 투자 부담이 증가하고, 투자비 회수 기간도 길어져 확장 속도를 지속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보증금 부담까지 더해져,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보증금 납부 대신에 보증보험 등으로 대체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비용이 들고 신용한도를 초과하면 가입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어 보증금을 낮추거나 없는 조건의 사업장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이런 조건의 임차인을 선호하지 않으면서 지점 출점에도 제동이 걸리는 일이 빈번해 졌습니다.

공유 오피스 회사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해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지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어느 곳에서든 업무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스파크플러스는 중소형 오피스 빌딩을 대상으로 인테리어와 브랜딩을 통해 임대 경쟁력을 높이는 ‘오피스B’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파이브는 ‘파워드바이패파’라는 브랜드로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부터 인테리어까지 제공하는 풀서비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점 확장의 어려움을 ‘위탁운영’ 형태로 극복하려는 시도도 활발합니다. 임대인이 사업 리스크를 부담하지만, 공유 오피스 운영 경험이 있는 업체가 유휴공간이나 편의시설 공간을 대신 운영해 주는 방식입니다. 공유 오피스 운영에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또, 프라임급 빌딩이나 주요 권역 신축 오피스에서 임차인 편의시설을 강화하는 추세와 맞물려, 이를 운영하는 전문 업체로 공유 오피스 사업자가 진출한다면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은 기존의 고정 임대료 방식 대신 임대인과 수익을 나누는 ‘수수료 임대’ 형태로 계약 방식을 유연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공유 오피스는 부동산 경기 순환 사이클에서 공실이 많던 시기에 저점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며 성장했지만, 앞으로 그런 시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초기에는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지고 외부 경제 변수에 덜 영향받는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마련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비용 구조와 오피스 수요 변화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필요합니다.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은 임대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원격근무 접근성을 높이고, 휴게공간 개념을 확장시키며 오피스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임차인들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앱을 활용한 출입 통제 시스템의 운영, 회의실 예약 시스템, 온도 조절 솔루션 등은 프롭테크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보수적이고 느린 부동산업계에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데 앞장서 왔던 것은 분명합니다. 더불어 앞으로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분명 부동산 업계 전체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시장을 변화시킬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