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퍼티와 테크놀로지라는 단어가 결합된 용어인 Proptech는 부동산 산업이 발달한 영국과 미국에서 먼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스타트업이 2017년부터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부터 프롭테크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10월에는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창립을 하면서 프롭테크 관련 회사들의 활동이 더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프롭테크 기반 창업 열풍이 파도처럼 왔다가 최근에는 조금 그 활동이 더뎌진 것 같지만 그래도 부동산 업계에는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조금씩 스며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프롭테크는 부동산 산업 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면 프롭테크가 부동산 산업에 있어 어떤 것들을 변화시켰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산 정보 비대칭의 완화

프롭테크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부동산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준 것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나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나 정보들 덕분에 부동산업계에 존재하던 정보의 비대칭을 크게 완화시켜줬습니다.

부동산 관련 공공기관에서 이런 다양한 정보들을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해 제공해 주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정보들은 부동산 전문가 집단들만이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정보 활용이 자유로워지면서 프롭테크 회사들이 번성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프롭테크를 통해 복덕방이라는 옛말은 점점 잊히고, 부동산 정보들이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양한 부동산 온라인 거래 플랫폼들이 생겨났고, 부동산 중개 시장의 판도가 오프라인에서 점점 온라인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프롭테크를 표방하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중개 보수에 대한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프롭테크로 인해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부동산 정보가 제공되는 등의 장점도 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프롭테크 회사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가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그 사이에 창업을 했다가 사라진 회사들도 많았고, 이제는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춘 몇몇 회사들이 프롭테크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으로 일하는 사람들

제가 부동산 회사에 입사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을 하려면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이곳저곳 사이트에 접속해서 찾고 엑셀에 정리를 했었고, 빌딩 이미지나 지도는 네이버 지도나 구글맵을 활용해서 누더기처럼 잘라내서 붙였야만 했습니다.

지금은 디스코나 부동산 플래닛 같은 부동산 플랫폼에서 주소만 치면 해당 부동산에 대한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돼서 볼수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지 및 건물의 정보, 실거래가, 개별공시지가, 관련 뉴스 등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건물의 임차인 정보를 찾아 보여주고, 추정 매매가도 확인해 볼 수 있는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정보를 이런 플랫폼에 가면 더 이상 찾을 게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자료들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는 실무자들도 당연히 이런 사이트를 업무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정보 확인에서 부터 제안서 작성까지 다양한 업무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줄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실무자들도 많이 사용을 하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마케팅을 위한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유용한 서비스여서 앞으로 더 큰 도약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많은 중개인들이 부동산 거래를 위한 마케팅을 하기 위해 이런 플랫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에서도 부동산을 중개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온라인 마케팅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기본이 되어 버렸습니다.

건물에 적용되는 최첨단 기술들

얼마 전 뉴스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의 팩토리얼 성수가 상업용 오피스 운영 시스템으로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을 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부동산 영역에서 마케팅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점점 새로운 기술들이 접목되어 우리가 부동산을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프롭테크 기술들이 한 층 더 가깝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빌딩을 사용하는 데에도 다양한 기술들로 인해 편의성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예를 들면, 빌딩 출입을 위해 바코드를 활용하거나 외부 방문객을 초대하고, 안면 인식을 통해 출입 보안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주차장에서는 자동번호판인식 시스템과 키오스크를 활용해 이미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프롭테크에서 사무 공간에 기술을 적용하는 시도는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공간을 OS를 통해 관리하며 운영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그런 기술들이 적용된 앱을 활용하여 테크레디 빌딩을 만드는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적용하는 기술들이 발달하면서 우리 생활 속에도 부동산을 활용하는 방식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아이스크림 가게, 스터디 카페, 음식점들이 늘어난 것은 과거에 없던 기술들이 나타나면서 부동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공간 관리를 효율화하는데 한몫을 했기 때문입니다.

-----

이렇게 부동산에 기술을 더해 세상을 바꾸고 있는 프롭테크는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부동산에는 진보되지 못한 분야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계약이나 부동산 금융 분야는 아직까지는 기술이 많이 적용되지 못한 영역입니다. 아무래도 부동산이라는 상품 자체는 거래 금액이 크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개척되지 않은 분야들도 기술이 발달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들을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그런 분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롭테크 회사가 등장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